길을 걸으며

길을 걸으며

서울의 어느 골목을 걷고 있을 때였다. 바람은 차가웠고, 공기는 맑았으며, 나뭇잎들이 흩날리며 고요한 오후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나는 이 작은 골목길에서 마치 숨겨진 세상에 발을 들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이렇게 조용하고 아늑한 곳이 있을 줄은 몰랐다. 여전히 사람들은 바쁘게 지나치고 있었지만, 나는 그들의 발걸음과는 다른 속도로 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어릴 적, 나는 이런 골목길을 자주 걸었다. 그때는 무심히 지나치던 거리였지만, 지금은 그 길을 걸으면서 그 시절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의 나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장난을 치거나, 가게 앞에서 팝콘을 먹고 있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골목길은 나에게 점차 잊혀져 갔고, 나는 이제 그 길을 다시 걷게 되었다.

나이를 먹고 나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내가 살던 동네의 모습도, 내가 다니던 학교도, 그리고 그 시절의 친구들도 모두 다른 모습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 골목길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 길은 나를 반겨주었다. 그곳을 걸으며 나는 그 시절의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어린 내가 상상력 가득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그때, 나는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느꼈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모든 것이 새롭고, 세상은 마치 끝없이 펼쳐진 모험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오늘날, 나는 그때의 마음을 조금은 잃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바쁘게 살아가면서, 나에게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가끔은 잊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 골목길을 지나쳤다. 내가 걸어가는 길에 여러 사람들의 발걸음이 겹쳐지고, 그들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눈에 띄지 않게 지나쳐갔고, 또 일부는 나를 스쳐 지나가며 내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우리가 지나치는 길에서 사람들과 나누는 작은 미소나 인사는 중요하다는 것을.

그 길을 걸으면서 나의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순간이 있었다. 어린 시절 나의 모습과, 지금의 내가 만나는 사람들, 그들의 눈빛에서 나는 내가 잃어버렸던 부분을 발견했다. 삶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무엇인가를 잃기도 하지만, 또 다른 것을 얻기도 한다. 어쩌면 그 길이 내게 말하고 싶었던 건, 지나온 길에 대한 추억과 앞으로의 길에 대한 기대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며 많은 것들이 변해갔지만, 그 길은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그 길을 다시 걸어가며 소중한 순간들을 되새기고 있었다. 우리가 걷는 길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비유일지도 모른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려운 일도 많고, 가끔은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결국 우리는 그 길을 걸어가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나가게 된다.

이 골목길은 이제 나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이 되었다. 오늘도 나는 그 길을 걸으며,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날 것이다.